왜 ‘시인’을 만나야 하는가?
시인은 미친놈(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야 동네마다 미친놈(년) 하나 정도는 있어서
미친놈하고 더불어 살았다.
미친놈이 각설이 타령이라도 부르면
사람들은 하하, 호호 밥 한 숟갈 더 얹어줬다.
미친놈하고 함께 살았으니
사람들은 늘 세상의 저편,
관습의 저편, 제도의 저편,
상식의 저편, 생각의 저편,
윤리의 저편, 이해의 저편,
현실의 저편, 마음의 저편,
쉬바, 다 떠나서 정상의 저편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편을 보고 있는 미친놈을,
그 미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미친놈은 어떤 숨구멍이었다.
어떤 피난처였고,
어떤 창문이었고,
어떤 금기였고,
어떤 두려움이었고,
어떤 부러움이었고,
알 수 없음의 지표였고,
무용함의 잣대였고,
이해할 수 없음의 명백한 증거였다.
우예대뜬동 미친놈은 일 안 하고도
마을 속에서 묵고 살 수 있었다.
미친놈의 존재는 그 자체로 싫으나 좋으나
삶의 환기구였으니까.
그러나 작금,
세상의 알려진 미친놈은
다 격리 수용되었다.
상품이라는 균일한 질서를 흩으려놓기 때문에,
착취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놓기 때문에,
이윤이라는 절대를 상대화 시켜버리기 때문에,
노동의 일사분란함을 저해하기 때문에…..
뭐, 이따구 분석적, 역사적 이유도 다 필요 없이
미친놈은 무용하기 때문이다.
그 참을 수 없는 무용함의 무거움 때문이다.
유용함의 어미가 무용이기 때문이다.
그 무용은 지금과는 다른 유용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시인(미친놈)을 만나도 되는 것이다.
만나야 하는 것이다.
(다만, 살짝 미친 것들은 아이듯이 진짜 시인이 글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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