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넣어둬 넣어둬/기억해두고 싶은 한마디

From 이진경-이미 늦었어의 시제는 없다

85data 2016. 3. 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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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어의 시제는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갖지 못했다면 아직 자신의 삶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삶을 사는 분들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인생이 저물어가는 시기에,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진지하게 묻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온 것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 살고 싶었던 삶과 무관한 ‘그들이 말하는 삶’ 이고 '그들'의 삶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헛 살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때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새로 시작한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후회란 언제나 때늦은 것이다. 왜냐하면 후회 어린 반성은 항상 이미 늦었어 라는 자탄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실 앞날이 창창하고 헤맬 시간도 충분한 젊은이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살았다 싶은 시기에, 길지 않은 시간을 남겨둔 시점에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헤매는 '방황'을 시작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충분히 늦었다고 생각되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 시기에 다가온 삶에 대한 자각은 행복보다는 불행의 이유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년 아닌 중년, 혹은 한창 젊은 30대에게도 그런 자각은 대개 이미 늦었어 라는 포기의 한숨과 함께 온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이미 나는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궤도 속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 그런 자각은 언제나 '이미 늦었어’ 의 시제 속에 있다.

 

그러나 반대일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삶의 궤도는 이미 대학을 향해 삶 전체를 바치는 중고등학생 시기에도 이미 충분히 확고하며 벗어나기 어려운 힘으로 삶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기에 역으로 말해야 할 것이다. 사실은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되는 시기라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우리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그 시작과 함께 우리는 '나의 삶'을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라고. 나의 삶을 시작하기에 '이미 늦었어'의 시제란 없는 것이라고 . 아무리 늦었다고 해도 시작하지 않고 끝낼 순 없는 거 아니냐고. 말년에 그렇게 시작한다면, 다음 생에선 아마 제대로 나의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 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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